로셀리니는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그래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또한 영화 사상 가장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영화 감독이었다. 그런 만큼 그의 면모가 우리에게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시네아스트였다. 로셀리니는 네오리얼리즘의 걸작들을 만든 영화 감독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영화modern cinema의 서두를 장식한 영화 감독이기도 했다. 누벨 바그의 멤버들에게 심원한 영향력을 불어 넣어준 영화 감독이었으며 또 후기에는 영화를 통해 인간의 지식을 확대해 보겠다는 야심을 가진 '영화계의 디드로' 같은 인물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로셀리니의 영화는 진실의 탐구자로서 인간과 세계에 대해 늘 깊이 있고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는 로셀리니의 영화 세계 전반에 대한 글로부터 시작해서 중요작에 대한 상세한 비평들, 아직 우리에겐 생소할 수 있는 로셀리니의 역사 영화론까지 다루고 있다. 로셀리니의 인간적 면모와 그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뿐만 아니라 로셀리니적 세계의 더 많은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로셀리니를 말한다

“로셀리니의 천재성은 그가 영화의 시계를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유래한다. 그는 50년 묵은 드라마투르기와 낭만주의를 내던져버렸다. 로셀리니의 영화에서 우리는 영화의 기원으로, 뤼미에르 형제가 찍은 최초의 영화들로, 뉴스와 시사문제들로 되돌아간다. 그는 목격할 만한 중요성이 있는 어떤 사건에서도 극적인 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화의 저편>,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 <독일 영년> 같은 영화들은 세계를 로셀리니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로 양분했다. 1950년대에 미래의 누벨 바그 멤버들은 후기 로셀리니 영화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로셀리니의 모더니티는 영화 예술의 진화에 공헌하고 싶어했던 젊은 세대의 요구와 조화를 이뤘다. 로셀리니는 관객의 위치를 시작으로 재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그의 작품에서 영화감독(과 관객)은 더 이상 행위를 인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건이 필름에다가 그 자체의 시간대를 밀어넣고는 스토리의 흐름을 인도한다. 목격자로서 관객은, 어떤 사건 내에 있는 사람처럼, 무력한 희생자가 된다.”-- 장 두셰

“나는 로셀리니가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 일반을 좋아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는 삶을 더 좋아하고 인간을 더 좋아한다. 비록 그는 사회적.역사적 사실들을 수집하면서 삶을 보내긴 했음에도 그는 결코 소설책을 펴지 않는다. 밤마다 그는 역사, 사회학, 과학에 대한 책들을 읽는다. 그는 더욱 더 많은 지식을 갈망한다. 그리고 그는 문화 영화들에 전념하기를 열망한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로셀리니는 ‘활동가’로 아니고 야심적인 남자도 아니다. 그는 탐구하는 자, 질문을 하는 자,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자이다.“ -- 프랑수아 트뤼포

“내게 로셀리니는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건 그의 모험심, 그의 실험 정신, 그리고 영화 이미지에 대한 그의 특별히 힘있는 장악력 때문이다. 로셀리니의 영화들에서 이미지들은 살아있는데, 그건 그가 사람들과 장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그의 단순함은 숨이 멎게 할 정도이다. <스트롬볼리>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연기한 인물이 화산에서 일어날 때 화산의 검정색과 하늘의 흰색을 뒤로 하고 그녀가 포착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자연의 힘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건 장엄한 단순성을 가진 영화 이미지이다. 영화나 다른 어떤 매체에 종사하는 예술가들 가운데 로베르토 로셀리니 만큼 단순성을 유지할 확신, 용기, 혹은 천재성을 가졌던 이는 거의 없었다.” -- 마틴 스콜세지

“로셀리니의 모든 작품은 결국에는 이해하려는 노력과 관련된다. 만일 그의 작업이 ‘교훈적’이라고 불릴 수 있다면, 그것이 가르쳐주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방법론, 보기와 사고하기와 분석하기의 방식이다. 그의 후기 작품에서 매체란 ‘우리’를 인도하는 그의 방식, 우리로 하여금 행동은 하지 않게 하면서 우리의 의식과 지각을 인도하는 방식이란 걸 알게 된다.” -- 로빈 우드

“카메라 없이, 필름도 없이, 실험실도 없이, 기술적인 원조도 없이, 배우도 없이, 생산물도 없이... 아무 것도 없이.. 오직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 로셀리니는 ‘아이디어가 이미지를 생성한다’고 말할 것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욕망은 실현이 된다... 로셀리니는 카메라가 탐구와 성찰의 도구임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