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문화 비평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소비 행위에 대한 아무런 감식력도 없이, 정치 이데올로기나 몇몇 이론으로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취약하고 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의 시도인 이 책은 대중 문화의 세계를 사랑, 죽음, 웃음, 슬픔 같은 존재론적인 주제들로 다루고 있다.

제1부는 문화 연구의 의의와 이론들을 다룬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 연구의 의미'는 문화를 연구함에 있어서 오는 연구 대상의 모호성과 연구 방법의 막연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화의 개념, 문화를 해석하는 데 적용시킬 수 있는 이론들, 문화 분석의 문제들을 논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 이론'은 리오타르의 ≪ 포스트모던의 조건 ≫과 보드리야르의 ≪ 시뮬라시옹 ≫을 중심으로 포스트모던 사회의 성격을 검토하고 있다. '사랑의 사회학'은 성과 육체와 자아 정체성, 가족 생활과 관련이 깊은 사랑을 앤터니 기든스의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만화의 본질과 그것과 관련된 사회 문화 현상을 살펴본 '만화, 장난감, 포스트모던,' 먹거리 문화에 대한 고찰인 '인류학적 오디세이 또는 단백질의 인류학,' 그리고 지식의 보고 寶庫 여야 할 도서관의 암울한 현실을 비판한 '환멸의 도서관' 등이 있다.

제2부는 만화, 영화, 전자 오락 등을 통해서 문화를 분석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성적 담화'는 한희작의 만화 ＜서울 손자 병법＞을 텍스트로 성과 성에 대한 담화를, '대중 문화에서의 반복'은 이현세와 허영만의 만화에 나타난 죽음과 사랑의 두 양상을 통해 대중 문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드라큘라＞와 현대의 집합적 무의식'은 왜 공포 영화가 대중의 소비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그리고 공포의 대상이 역사적으로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 문맥 안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 드라큘라 ＞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피아노＞의 페미니즘'은 한 여성의 정체성의 시련을 축으로 하고 있는 영화 ＜피아노＞를 여러 면에서 검토하면서 페미니즘의 문제를 짚어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전자 오락을 소설과의 대비를 통해 그것의 매체 문화적 성격을 알아보는 '포스트모던 어드밴처'가 있다.

제3부는 농담, 유머,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웃음의 해석학, 화용론적 수사학, 행복의 정치학'은 프로이트의 ＜농담과 그것의 무의식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다. 이 글은 웃음의 기본 형태에 대한 고찰이자 그것이 가르쳐 주는 정치의 기본 형태에 대한 논의이다. 또, 농담을 주제로 분석한 글로는 국민학생이 6월 25일을 월급날이라고 대답하자 웃게 된 것을 소재로 한 '어떤 농담의 분석'과 한동안 크게 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를 통해 분석한 '최불암 시리즈와 농담의 사회학' 등이 있다. 죽음의 이미지를 서술한 글로는 보스니아 내전에서 죽은 병사의 옷을 찍은 베네통 광고를 통해 본 '죽음의 포르노그라피'와 한 열사의 죽음과 그에 얽힌 유머를 그린 '죽음과 유머'가 있다.

웃음: 이빨 달린 기쁨

인간이 웃을 수 있기 때문에 웃는 것인지, 세상이 너무 웃기기 때문에 웃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우리는 거의 날마다 웃는다. 혼자서도 웃고, 사람들과 어울려서도 웃는다. 아침마다 ＜ 한겨레 신문 ＞의 박재동의 만화를 보며 웃음으로써 우리의 하루를 시작하고, 어떤 때는 그것이 너무 우스워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할딱거리며 웃음으로써 하루를 시작한다. 이러한 웃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바로 이 글의 주제이다. 그런데 웃음이 우리의 주제라는 이 말은 즉각 ''웃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함축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질문하는 것, 웃음의 전면적 인식, 본질 인식을 지향하는 이러한 질문은 우리의 방향을 오히려 흩트러 놓는다. 물음의 형식이 대답의 형식을 규정하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물음은 대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물을 것이냐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진술, 모든 답변에 공존하고 있는 진실과 기만의 가능 공간를 가로지르는 되물음 형식이다.
''웃음의 해석학, 화용론적 수사학, 행복의 정치학'' 중에서

제1부 문화의 지형도

문화 연구의 의미: "왜 하필 문화인가?"
포스트모던 사회 이론?
사랑의 사회학: 민주주의와 에로티즘의 융합을 위하여
만화, 장난감, 포스트모던
인류학적 오디세이 또는 단백질의 인류학
환멸의 도서관


제2부 포스트모던 어드밴처

우리 시대의 성(적) 담화: 한희작의 <서울 손자 병법 ＞
대중 문화에서의 반복: 이현세와 허영만의 만화에 나타난 죽음과 사랑의 두 가지 양상
<드라큘라 ＞와 현대의 집합적 무의식
<피아노 ＞의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어드밴처


제3부 농담, 유머, 죽음

웃음의 해석학, 화용론적 수사학, 행복의 정치학: 프로이트의 <농담과 그것의 무의식과의 관계 ＞에 대한 고찰
어떤 농담의 분석
죽음과 유머
죽음의 포르노그라피
최불암 시리즈와 농담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