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대중 문화 읽기
주류, 다수, 정형은 언제나 진부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아니, 언제나 진부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 반대편에 주류의 그늘에 가려진 소수, 마이너가 자리한다. 마이너는 주류가 감행할 수 없는 파격적 시도로 진부화한 문화의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마이너' 즉, 주변부 장르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장르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설명은 그 분량이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각 장르가 가진 미학적, 사회학적 의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거기다 주요 작품 목록도 곁들이고 있어 대중 문화에 초보적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용한 입문서 역할을, 대중 문화의 바다에서 항로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라면 적절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대중 문화에 관한 책들이 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중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단언은 약간 과장된 감은 있지만 충분한 근거를 가진다. 진보적 사회 이론가들이 앞다투어 대중 문화 연구 작업에 뛰어들고, 정치와 사건에만 몰두하던 언론 매체들이 대중 문화에 할애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대학가에 '영화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건 이미 구문이 되었고, 인문 사회과학이 자리잡고 있던 서점 진열대는 문화가 점령하고 있다. 영화, 록, 재즈에 대해 한 마디 할 수 없으면 젊은 층의 대화에 낄 수 없는 '기이한'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어딘지 미심쩍은 데가 있다. 대중 문화의 호황이 혹시 거품 현상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주는 대목들이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대중 문화에 대한 지식이 하나의 권력처럼 돼 버린 최근 청년 문화의 상황이 동일시의 욕구를 부추기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대중 문화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유행처럼 번지는데도 정작 깊이 있는 대중 문화 연구서들은 널리 읽히지 않는다는 것도 좋지 못한 징후이다. 인문학적 교양의 성숙 없이 대중 문화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국에 도래한 대중 문화의 시대는 아직 양적 팽창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 문화의 주요 장르 안내라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이 기획은 각 분야의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대중 문화 전체상의 해명을 시도한 것도 아니나 지금까지 변두리 장르로 밀려나 있던 컬트 영화나 호러 영화, SF 영화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된 성격을 지닌다. 대중 음악에서의 록과 블루스, 재즈는 말할 것도 없고 만화, 추리 소설, 무협 소설 등도 그러한 변방의 장르들이다. 물론 이 글들이 최초의 시도는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최근의 시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각 장르들이 가진 의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그동안 잘못 채색된 이미지를 제거하고 제 본령을 찾고자 노력했다. 넘쳐 나는 대중 문화에 바른 길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안내역을 할 것이다.

[영화]

<컬트 영화> 컬트 영화, 그 파격과 전복의 미학
SF 영화> 과학 기술과 영상 예술의 황홀한 만남
호러 영화> 무의식 혹은 악몽으로의 여행
인디 영화> 거대 스튜디오에 도전하는 반反할리우드 게릴라
홍콩 영화> 홍콩 영화는 지금 세계로 간다

[음악]

흑인 음악> 흑인 음악, 그 음울한 절규의 황홀함
재즈> 영혼의 깊은 곳 울리는 자유의 소리
발라드 재즈> 재즈에 이르는 아늑한 오솔길
록 음악> 부활한 '부정'의 미학
블루스> '팝의 본향'으로 가는 음악 여행
라틴 음악> 세계를 불태운 남미의 열정

[소설]

추리 소설> '어두운 거리'로의 지적 탐험
SF 소설> 무한 시공간 여행 -- SF 소설의 발자취
무협 소설> 잃어버린 협객 찾는 성인들의 동화

[만화]

만화> 추억과 상상으로의 여행

[책]

책으로 읽는 대중 문화> 이 책을 열면 대중 문화가 보인다
책으로 읽는 영화> 영화의 깊이와 넓이, 그 매혹의 비밀
책으로 읽는 성> 햇볕 아래에서 읽는 성 담론